몽중시(夢中詩)로 자신의 요절을 예견한 허난설헌(許蘭雪軒)
벽해침요해(碧海浸瑤海) 푸른 바닷물은 옥같은 바다에 스며들고
청란의채봉(靑鸞倚彩鳳) 파란 난새가 아름다운 봉새와 어울렸네
부용삼구타(芙蓉三九朶) 연꽃 스물 일곱 송이가 늘어져
홍타월상한(紅墮月霜寒) 차가운 달빛 서리에 붉게 떨어졌네
(풀이) 허난설헌으로 알려져 있는 허초희(許楚姬, 1563~1589)의 몽유광상산시서(夢遊廣桑山詩序)라는 몽중시이다. 꿈속에서 두 선녀를 만나 시를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인위적으로 시를 짓는 활동이 아닌 자신도 알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꿈속에서 시를 짓게되는 몽중시의 창작행위가 이루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허난설헌은 뛰어난 글재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인생을 살다가 27세에 요절하였다.
정신능력의 활동에서 빚어내는 꿈의 세계는 필요에 따라 가장 적절한 상징표상으로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한 예지를 보여주고 있다. 산신령, 죽은 사람을 등장시키거나 동물이 말을 하거나 훔치거나 죽이는 행위 등 평상시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꿈속에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글을 아는 사람에게는 꿈속에서 시를 짓는 몽중시의 형태로써 구체적으로 몽중시에 담긴 시어의 상징의미로써 장차 일어날 일을 예지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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