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향을 위해 구성된 건물, 정자각

 

정자각은 평면이 '丁'(정)자 처럼 생겼기 때문에 정자각이라 부른다. 남쪽을 향해 가로로 놓인 부분이 정전(正殿)이고, 정전의 중앙에 연결되어 세로로 놓은 부분이 배위청(拜位廳)이다. 정전은 능침에서 내려온 신령의 자리인 신어평상(神御平床)과 제상을 두는 곳이다. 정전 후면 가운데 칸의 문은 능침에서부터 신령이 드나드는 북신문(北神門)이고, 정전 정면 세 칸의 문은 제향때 각기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배위청은 벽없이 기둥만 세웠는데, 제향에 올리는 술을 따르는 준소(樽所)가 놓이고 제관들이 움직이는 공간이다. 정전과 배위청은 월대위에 놓인다. 월대 동쪽에는 제향때 향(香)과 축문(祝文)을 들고 오르는 향로계(香路階)와 제관들이 오르내리는 동계(東階), 이렇게 두 개의 계단이 있고, 월대 서쪽에는 수라간에서 준비한 제물을 진설할 때와 제향이 끝나고 축문을 태우러 예감으로 갈 때 사용하는 서계(西階)가 있다. 건물의 격식을 위해 정자각 지붕의 용마루에는 하얗게 회를 발라 마무리했고, 용마루 양 끝에는 용두(龍頭)를, 내림마루 위에는 잡상을 설치하였다. '구조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정자각은 철저하게 제향을 위해 구성된 건물이다. 이 구조는 조선 1대 태조의 건원릉에서부터 시작되어 대한제국 황제릉으로 능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 500여 년간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
 
황제릉인 홍릉(洪陵)과 유릉을 제외하고 능마다 하나씩 총 38개 정자각이 우리나라에 있다. 조선왕릉의 정자각들이 긴 세월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해 왔다고 해서 모두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기능상 필요한 구조는 유지하면서도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변화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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